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인기 전시인 Sleeping Beauty : Reawakening Fashion 에 다녀왔다. 본 전시는 음악과 향기를 포함해 다중 감각으로 패션과 관련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형태로 기획되었다. 한국에서도 여러 오브제를 통해 냄새를 맡아볼 수 있는 향 전시를 가보았지만, 이 전시에서는 관객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기체상의 구성 성분을 분리/검출할 수 있는 화학 분석 기기)로 분석한 오래된 전시품의 냄새를 다양한 방식으로 맡아보며 잠자고 있던 패션을 다시 깨운다는 주제를 더욱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전시의 후각 경험은 향료 연구가이자 예술가인 시셀 톨라스 Sissle Tolaas의 스튜디오와 독일의 향료회사인 Symrise가 함께 준비하였다. 이들은 펌프가 달린 유리 통을 이용해 전시품에서 향료 분자를 마이크로 필터로 추출하였고 가스크로마토 그래피로 추출된 분자들을 식별해 재현하였다. 관람하며 새롭고 흥미로웠던 부분들을 사진으로 모아보았다.
이렇게 크로마토그램까지 보여주며 (!!) 향 원료를 소개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미를 형상화한 디올 루즈 이브닝 드레스와 랑방의 로제라이 드레스에서는 장미 향에 포함되어있는 다이페닐 옥사이드, 상큼한 과일향으로 근육통에 쓰이는 약에 포함된 살리실산 메틸, 산미있는 음식과 피부의 지방에서 발견되는 데카노익애시드가 발견된다고 설명하며 상상력을 자극하고, 작품과 연결된 튜브를 통해 냄새를 맡아볼 수 있게 해준다.
하우스 오브 드레콜의 실크드레스의 향은 향기 페인트로 반대편 벽에 칠해져있었다. 사람들은 벽을 문질러서 드레스에서 발견된 향료분자의 냄새를 맡을 수도 있다. 호기심에 찬 사람들이 벽을 문지르고 코를 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1938년 3월 공개된 엘사 시아파렐리 파간 컬렉션의 드레스에서는 화장품에 사용되며 코코넛 오일에서 발견되는 헥사데실 2-에틸헥사노에이트와, 계면활성제가 땀과 섞이면 발생하는 부틸 셀로솔브, 부패하는 자연물질에서 나오는 멘타디엔올 등의 향이 발견된다. 이 드레스는 스탠터드 오일을 공동 창시한 헨리 허틀스톤 로저스의 손녀딸인 밀리센트 로저스가 입었던 옷이라고 한다. 오뜨 꾸튀르의 고급 의류와 지역의 옷을 어울리게 입은 그녀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많이 글이 남겨져 있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좀 더 파악하기 어려웠던 향기에 집중해 사교계 유명인사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한 방식을 연구했다. 따라서 드레스에서 나오는 향기는 그녀가 선택한 향수 뿐만이 아니라, 무엇을 먹고, 마시고, 피웠는지를 포함하는 그녀의 습관과 생활 방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녀의 소장품인 칵테일 모자와 여러 드레스는 전시의 '여성의 향기' 섹션을 구성한다.
1940년대에 사용된 엘사 시아파렐리의 모자에서는 체취에서 발견되는 프로피오닉 애시드와, 치약과 츄잉검에서 나타나는 멘톨, 포도씨유와 해조류에서 발견되는 올레익산, 식물, 과일, 칠기와 플라스틱 가소제에서 발견되는 펠라르곤산이 나온다고한다.
영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처럼 유리 돔에 화려한 드레스가 전시된 것을 보면서 많은 관객들이 공주님 이야기를 실제로 보는 듯한 환상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싶다. 톨라스가 구현한 향은 이런 유물들에 숨겨진 정보를 증폭시켜 생명을 되살려 일깨우고, 관람객이 냄새를 통해 그들의 감정과 기억도 일깨울 수 있도록 도와 전시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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