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을 연구하는 뉴욕 테크 회사 직장 생활 - 인류 최초 자두 향을 디지털화

ISIPCA에 다니면서 프랑스에서 인턴을 하던 기간엔 Fragrance R&D Assistant라는 직책으로 고급 향수 및 향초와 디퓨저 같은 공간 향기 제품을 만들고 이들의 냄새를 익히는 훈련과 천연 향료를 대체할 수 있는 베이스 향료 만들기, 향료와 제품의 향 품질을 관리하는 후각 훈련, 각 향료의 특징을 프랑스 향료 업계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공부하는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면 뉴욕의 회사에서는 이 경험들을 기반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며 20여명 남짓이었던 회사가 지금의 50명이 되기까지 회사와 향료 개발 AI모델을 함께 키워나간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흔히 향료 업계엔 직접 향료를 배합해 향을 만드는 조향사 (Perfumer, 각 향료의 냄새와 화학적 특성, 안정성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마케터와 조향사 사이의 의사소통을 돕는 이밸류에이터 Evaluator (냄새를 표현하는 언어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며 비 전문가(마케팅 담당자)와 조향사 사이에서 원하는 향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화장품 회사의 조향사는 대부분 향료회사와 제품 마케팅 담당자 사이에서 소통하는 이밸류에이터에 속한다.),  향의 트랜드를 연구하고 제품의 컨셉과 방향을 설정하는 마케팅 전문가 (최신 유행을 연구하여 타겟 고객과 향의 컨셉, 패키징, 가격, 홍보 방법 등을 기획), 이 밖에 향수 및 향료가 들어간 여러 제품의 안정성 평가를 진행하는 연구원과 향료에 대한 법규 관련일을 하는 Regulation 전문가가 있다.
이 중 한 분야만 선택하기엔 나는 호기심도 욕심도 너무 많았기 때문에, AI모델로 다양한 분자의 냄새를 분석하고, 새로운 분자를 디자인하는 머신러닝팀, 새로운 향 분자를 실제 합성하는 유기합성팀, 향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분석 화학팀, 후각연구팀 (실제 동료 중엔 책에서만 봤던 모넬 화학감각 연구소에서 후각을 연구한 분도 있다!), 후각을 예술로 창조하는 조향사가 있는 지금 회사에서 바쁘게 보낸 첫 6개월이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다. 
회사의 AI모델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화학 구조를 보여주며 이 한 분자만으로 예를 들면 더욱 오래 지속되고 안전하며 풍성한 장미향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실제 그런지 우리가 평가를 하고 모델을 성장시킨다. 이러한 방식으로 후각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머신러닝을 활용해 Map of Odor을 개발했고, 가장 최근엔 최초로 자두향을 디지털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여기서 향의 디지털화는 간단하게 휴대폰으로 사진(시각적 정보)을 전달하듯 냄새(후각적 정보)를 전달하는 목표를 갖는다. 우리가 종종 하는 비유인데, 처음 카메라가 개발되어 최초의 사진이 나오는 데 까지 50년이 걸렸던 것 처럼 이 작은 걸음들을 지금 후각의 영역에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클릭하면 이동합니다.출처 : https://osmostudios.ai/

 
이렇게 우리는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냄새의 역할을 연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할 때 감사하게도 글로벌 테크 회사와 가까이 일하며 여러 회사의 기술 동향을 익숙하게 들었었는데, 실제 미국 테크 시장이 어떤 동력으로 성장하는지 직접 보면서 학계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남편과 종종 미국의 이런 점들은 참 배울만 하지 않냐며 우리가 많이 배워서 나중에 돌아가면 더 좋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은 간단하게 자두 향을 어떻게 디지털화 했는지 설명해주는 CEO 알렉스의 영상을 첨부하며 마무리 하려고 한다.